병원 마케팅 강남역 10년… ‘여성혐오 범죄’는 그대로고, ‘페미니즘’을 말하기는 더 힘들다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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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난 2026년 현재 여성폭력은 과연 사라졌을까. 법과 제도가 보완됐지만 그럼에도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이 스토킹하던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정치인들이 젠더 이슈를 정쟁화하는 사이 백래시(반격)는 심해졌고, 학문의 전당인 대학 내에서도 페미니즘을 자유롭게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생겼다.
청소년 때 강남역 사건을 접했고, 성인이 된 뒤 서울지역의 대학생이자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 4명을 지난 4월 16일 만나 지난 10년에 대해 물었다. 이다경(24)·최수인(23)·전수진(22)·강나연씨(28)다. 이들은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강남역 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을 하고 있다. 4명의 여성 청년은 강남역 사건 이후 페미니즘을 알게 되면서 개인적 삶에 대한 태도부터 사회 구조의 불합리까지 고민하는 사람이 됐다고 했다. 정치가 여성폭력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분노하면서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겠다고 했다.
강남역 사건은 사회 곳곳에 내재해 있던 여성폭력과 여성혐오를 수면 위로 드러낸 계기였다. 4명의 여성 청년은 사건 당시 직접 강남역에 가 포스트잇을 붙이진 못했지만, 주변 친구들과 사건에 대해 대화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나연씨는 ‘강남역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라는 문장을 이해하고 싶어 책을 찾아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을 알게 됐다. 나연씨는 “그전까지는 개념녀가 되고 싶었다. 선생님들에게 칭찬 받고 모범생으로 살아서 개념녀가 좋은 것인 줄 알았다”며 “그런데 개념녀와 김치녀, 된장녀 같은 구분이 여성혐오이자 여성을 대상화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강남역 사건이 미친 영향은 각자의 삶에서 여성혐오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다경씨는 강남역 사건 당시엔 내용을 깊이 알지 못했지만 이후 페미니즘을 접하며 점점 그동안의 일상이 불편해졌다. 남성 게이머와 연예인의 성폭력 논란을 보며 쉽게 ‘덕질’하기 어려워졌고, 게임을 하면서 들은 성희롱과 모욕적인 말들이 ‘성차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한때 외모를 꾸미는 것을 좋아했지만 ‘내가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외모 강박에 기여하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어 꾸밈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됐다. 다경씨는 “내 삶의 사소한 선택 하나하나도 사회에 미칠 영향에 비춰보면서 살아가게 됐다”며 “물건 하나를 살 때도 혹시 성차별 기업인지 아닌지를 찾아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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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통해 미투운동, n번방 사건 등을 접하면서 화는 냈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던 수진씨는 딥페이크 사건 때 충격을 받았다. 딥페이크 사건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지인, 친구, 가족, 연인에게 일어난 범죄라는 점에서 이전의 디지털 성범죄와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수진씨는 “여성에게 안전한 관계란 존재하는가, 이렇게 불안하고 안전하지 못한 곳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분노가 있었다”고 했다. 작은 것부터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수진씨는 “이전에는 성차별의 피해자로서만 생각했는데 페미니즘을 배우면서 내 일상에서부터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하게 됐다”며 “불평등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사람으로서 더 활기가 넘치는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청년 여성들은 내가 변하고, 사회를 변하게 만드는 행동의 주체로서 나섰다. 또 이들의 관심은 다른 사회적 약자로 확대됐다. 미투운동을 거치며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수인씨는 페미니즘을 알게 된 후 겪은 변화에 대해 “제가 집회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혼자 간 집회는 2018년 혜화역 시위였다. 수인씨는 “나와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느꼈고 놀랍고 벅찼다”며 “같이 구호를 외치면 법이 만들어지고 뭔가 바뀌긴 하는구나라는 감각을 체화했던 것 같다”고 했다. 대학 입학 뒤엔 서페대연 활동으로 이어갔다. 수인씨는 “처음엔 혼자여서 외로웠고 공격받는 느낌이 있었는데 서페대연에 오고 나서는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에 대해서 배웠다”고 했다. “노동권이나 이태원, 세월호 참사 같은 다른 사회문제로 관심이 확장됐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은 하나의 입구였다”는 게 나연씨의 말이다. 2024년 12·3 불법 계엄 후 탄핵광장에선 2030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4명도 광장에 나가 ‘윤석열 OUT 성차별 OUT 페미니스트들’ 깃발을 들었다.
동시에 지난 10년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도 심해진 시간이었다.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페미니스트를 낙인찍고 공격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수인씨는 “중학생 때였던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페미니즘 리부트(재부흥) 시기여서 주변에 페미니스트 친구가 많았고 페미니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백래시가 심해진 2019년부터 학교에서 페미니즘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 됐다”며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매장당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어떤 주장이든 경계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던 대학사회에서도 페미니즘은 유독 공격을 받았다. ‘에브리타임’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난 글이 회자했다. 나연씨는 코로나19 시기에 대학의 모든 체제가 온라인화된 때를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바뀐 기점으로 분석했다. 나연씨는 “2020년까지 남초 동아리에서 활동했을 땐 MT에서 남자들과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원탁에 둘러앉아 토론하면서 강남역 사건이 왜 문제인지, 불법 촬영 범죄는 개인의 문제 아닌지 등의 말이 나왔는데, 어쨌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그렇다고 그 남자들이 나를 공격하거나 어디에 (내 신상을) 올리는 것은 아니었다.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나연씨는 “그런데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현실과 에브리타임이 구분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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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의 혐오 표현은 현실의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공학 전환 반대 투쟁을 한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 등이다. 최근까지도 젠더 이슈에 대한 집회·시위가 열릴 때 참가자들은 마스크와 모자, 선글라스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참여한다. 나를 드러내 사회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집회·시위의 본질이지만 페미니스트에 대한 낙인과 공격, 조롱이 정당한 사회참여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다경씨는 4년여간 주변에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숨겼다고 했다. 친한 친구들에게만 ‘나 페미야. 페미니즘 동아리 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다경씨는 “무섭고 두려웠다”고 했다.
대학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어떤 때는 반페미니즘 입장에 선다. 다경씨는 “인권센터에 (혐오표현에 대한) 제보를 했지만, 딱히 되는 게 없었다. 한번은 너무 답답해서 과제에도 써서 냈는데 교수님도 아무 말이 없었다”고 했다. 수업에서도 페미니즘, 젠더, 여성 같은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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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간극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경씨는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감이 잘 안 온다”며 “현실에서 ‘페미야. 저리 꺼져’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는데 온라인에서는 많다”고 했다. 수진씨도 “에브리타임에서 노골적으로 페미니스트를 욕하거나 혐오적인 글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일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살아 있는 대학생들을 볼 때는 어느 정도로 페미니즘을 싫어하는지 알 수 없다”며 “페미든, 안티페미든 까놓고 말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진씨는 또 대학 내의 삼엄한 분위기가 ‘샤이 페미’를 만들어낸다고 봤다. 수진씨는 “캠페인을 하면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대학생들이 많다고 느꼈다”며 “안전하게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에 모이거나 행동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정치 영역에서 여성은 필요할 땐 호명됐다가 안 필요할 땐 지워졌다. 윤석열 정부는 대놓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 했다.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정치인도 많았다. 이재명 정부 들어 바뀌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민주당은 2030 여성을 ‘빛의 혁명’으로 치켜세웠지만 비동의 강간죄 도입과 차별금지법 제정 등 구체적인 젠더 이슈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나연씨는 “정치권이 페미니즘을 갈등 요소로만 보는 것 같다”며 “여성이라서 죽는다는 말은 남자가 나쁘다는 것 자체라기보다는 젠더 권력과 사회구조가 문제라는 뜻인데 정치권은 현상적인 갈등으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나연씨는 “이재명 정부를 보면서 묘하게 이상한 느낌이 든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생리대값을 내리라고 했고 스토킹 범죄를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했다. 말들은 있는데 실질적으로 여성폭력을 해결할 의지를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근본적인 변화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경씨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이 성폭력을 정쟁의 도구로 본다. 우리 사안일 땐 최대한 꼬리를 잘라 타격을 입지 않는 데만 집중하고, 국민의힘 사안일 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그래서 국민의힘은 안 된다는 식”이라며 “여성폭력이 해결돼야 한다는 요구가 와닿지 않는 것 같고, 정말 바꿀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경씨는 “여성들도 여성폭력 의제를 해결해줄 사람에게 표를 주겠다는 것으로 더 많이 결집하고 보여줘야 한다”며 “탄핵광장에 모였던 여성들이 각자 있던 곳으로 많이 돌아갔지만 지금 다시 또 모여야 할 때가 아닐지 지방선거를 앞두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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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여성 청년은 앞으로도 페미니즘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페미니스트로서 또 다른 페미니스트를 만나고, 더 많은 페미니스트를 만들어내고, 페미니스트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이들은 말했다. 수인씨는 “죽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했고, 수진씨는 “모두가 동등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다경씨는 “경쟁이 덜해지면 좋겠다. 경쟁이 너무 심하니까 옆의 사람을 쉽게 미워하고 혐오한다”며 “누가 어떤 폭력을 당했을 때 진심으로 공감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 이들은 어떤 세상을 만들까.
▼ 이혜리 기자 lhr@khan.kr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지금까지 250억달러(약 37조원)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국 국방 예산(약 65조원)의 절반이 넘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 등은 29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전쟁 비용과 인명 피해 현황을 공개했다. 미국이 지난 2월28일 대이란 공습을 시작한 뒤 전쟁 비용 추산치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문회는 국방부가 요청한 1조4500억달러 규모의 내년도 국방 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렸지만, 미·이란 전쟁의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에 대부분 시간이 할애됐다. 제이 허스트 국방부 회계감사관은 청문회에서 지금까지 전쟁에서 쓴 250억달러 대부분이 수만발의 순항미사일과 지상 정밀 타격 미사일 등 무기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의 공격으로 본 피해는 이 비용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CNN은 기지 재건과 파괴된 군사 자산 교체 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전쟁 비용은 400억~500억달러(약 59조~7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중동 미군기지가 공격 받아 입은 피해가 5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전략’을 따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이란 핵 시설이 파괴됐다고 해놓고, 지난 2월엔 이란 핵무기가 ‘임박한 위협’이라고 한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핵 시설들은 폭격당해 완전히 파괴됐다. 지하에 묻혀 있다”면서도 “그들의 (핵) 야망은 계속됐고 그들은 재래식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것은 북한의 전략이었다”며 “북한의 전략은 재래식 미사일을 활용해 누구도 그들에게 도전하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핵)무기를 향해 천천히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이 핵무기가 있다면 분명히 사용할 것이라며 “북한이 교훈”이라고 했다. 그는 “모두가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확보해, 이를 방패 삼아 지역(한반도 주변)과 세계를 협박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치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과 전쟁 비용 급증 등을 지적하며 헤그세스 장관을 압박했다. 그러나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자 최대의 적은 분별 없고 허약하며 패배주의적인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발언”이라고 하는 등 강하게 맞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약 5시간 동안 이어진 청문회에서 헤그세스 장관이 민주당 의원들과 날 선 공방을 벌이자 공화당 소속 마이크 로저스 군사위원장이 청문회를 중단하고 헤그세스 장관에게 의원들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가 주도한 사회적 대화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산업 전환을 ‘시장에 맡길 수 없는 문제’로 보고, 노사가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노동자 보호 방안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국회 사회적 대화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6월부터 약 9개월간 진행한 논의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이번 논의에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참여해 첨단·신산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 약자 보호 방안을 다뤘다.
이번 대화는 AI 확산이 산업 구조와 고용 형태를 동시에 바꾸는 전환기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노사는 기술 도입이 단순한 생산성 문제를 넘어 직무 변화, 고용 불안, 산업 격차까지 확대하는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또 임금이나 노사 갈등보다 인력 활용의 비효율, 기술 도입 과정에서 빚어지는 혼선, 대·중소기업 간 격차 등 구조적 문제가 신산업 경쟁력을 제약한다는 인식에도 공감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3월 공개한 잠정 합의안에는 ‘인력 재교육’ ‘데이터 활용과 신뢰 확립’ ‘기술 도입에 따른 직무 변화 대응’ ‘연구개발 제도 개선’ ‘산업 생태계 기반 강화’ ‘AI 활용의 윤리 기반 확립’ 등 6대 과제가 담겼다. 다만 이는 구체적 이행 기준까지 정리한 합의라기보다, 필요한 방향을 제시한 원칙 수준에 가까웠다. 직무 변화 대응의 경우 정보 공유와 협의,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수준에 머물렀고 노동자 참여 방식이나 기업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지는 못했다.
특히 핵심 쟁점인 근로시간 유연화와 성과 배분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경영계는 유연한 근로시간 운용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과 건강권 침해 가능성을 우려했다. 생산성 향상에 따른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해서도 노사 간 견해차가 컸다.
이에 민주노총은 최종 합의문에 동의하지 않았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비해 노동 조건 보호와 고용 불안 대응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직무 전환, 노동 시간, 데이터 활용 등에서 노동자 권리와 기업 책임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다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의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다룬 의제는 수용했다.
결국 노사 단체는 사회적 대화를 지속하자는 취지의 공동선언문에만 서명했다. AI 전환을 둘러싼 산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 보호라는 두 과제의 균형점을 두고 입장 차를 재확인한 셈이다. 국회는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사회적 대화 기구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후속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회 사회적 대화 결과에 대한 공동 선언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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